유목민에게 ‘오래 머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삶의 형태는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릅니다.
여행자가 며칠, 길어야 몇 주 머무는 곳이라면, 유목민은 한 도시에서 몇 달 이상 체류하며 실제로 살아보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진짜 유목민이라면 알게 됩니다. 어떤 도시는 이틀 만에 떠나고 싶어지고, 어떤 도시는 이상하리만치 자꾸 머물게 된다는 사실을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모든 도시가 새롭고 흥미롭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일이 잘 되는 도시’, ‘기분이 편안한 도시’,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도시’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가장 오래 머문 도시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저에게 단순한 체류지가 아닌, 하루하루가 안정되고, 리듬이 생기며, 스스로가 건강해지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디지털 유목민으로서 가장 오래 머물게 된 도시와, 그 도시에 계속 머무르게 만든 이유들을 공유드리겠습니다.
그 이유 속에서, 여러분의 다음 도시를 선택하는 기준도 함께 찾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도시는 ‘치앙마이’였습니다 – 처음이 아닌데도 다시 머무른 도시
제가 가장 오래 머문 도시는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Chiang Mai)입니다.
치앙마이에서 저는 총 1년 3개월을 머물렀습니다. 물론 한 번에 체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 번의 짧은 방문을 포함해 3~6개월 단위로 머물렀고, 매번 다른 도시를 다녀온 후에도 이상하게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순한 추천이었습니다.
많은 디지털 유목민 커뮤니티에서 “치앙마이는 인터넷이 빠르고 물가가 저렴하며, 코워킹 스페이스도 많다”고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치앙마이의 매력은 단순한 ‘조건’이 아닌 일상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잡히는 분위기에 있었습니다.
치앙마이는 관광도시이지만, 도시 전체가 외국인에게 ‘일하고 쉬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아도 되는 카페,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괜찮은 코워킹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방인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편안한 시선들이 저를 오래 머물게 했습니다.
물론 태국 내 다른 도시들도 있습니다. 방콕은 너무 복잡했고, 빠이는 조금 심심했으며, 푸켓은 휴양지로서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 가운데 치앙마이는 도시와 시골의 중간 같은, 적절한 템포의 일상이 가능한 도시였습니다.
이 점이 제가 다른 곳에서는 며칠만 지나도 출국 일정을 짰던 것과는 달리,
치앙마이에서는 굳이 다음 도시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만든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일이 잘 풀리는 도시 – 인터넷보다 중요한 건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디지털 유목민으로서 도시에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풍경이 예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일이 잘 풀리는가’입니다.
치앙마이에서는 제가 맡고 있는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들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인터넷 속도와 안정성, 전기 환경, 소음 없는 숙소, 그리고 카페에서의 작업 여건이 모두 균형 있게 갖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숙소에서 다운로드 속도 100Mbps 이상, 업로드도 50Mbps 이상이 기본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영상 편집 파일도 원활히 업로드되고, 화상 회의 중 끊김도 없으며, 클라우드 기반 협업도 무리 없이 가능합니다.
또한, 치앙마이에는 ‘CAMP’, ‘Punspace’, ‘Yellow Coworking’ 같은 훌륭한 코워킹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와이파이와 책상만이 아니라, 비슷한 유목민들과의 네트워크, 정보 공유, 심지어 취업 기회까지 이어지는 커뮤니티 역할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이 도시에 있을 때 가장 생산성이 높았고, 집중이 잘 됐습니다.
이건 단순히 인터넷 때문이 아니라, 하루의 흐름 전체가 일하기에 적합한 구조로 자연스럽게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제가 치앙마이를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생활비와 리듬 – ‘적당한 비용’과 ‘예측 가능한 하루’
디지털 유목민에게 비용은 단순히 돈 문제를 넘어, 심리적인 안정감과 연결된 요소입니다.
치앙마이의 생활비는 제가 머물렀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저렴하다’라기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 숙소는 시내 중심에서도 약 400600달러면 깔끔한 콘도를 구할 수 있었고,3달러 수준으로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식비 역시 현지식으로 하루 3끼를 먹어도 10달러가 넘지 않았습니다.
교통은 대부분 도보 또는 그랩(동남아의 우버)을 사용했으며, 한 번에 2
이렇게 생활비 전반이 ‘계산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다 보니, 금전적인 불안감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매일의 루틴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치앙마이는 하루가 일정하게 흘러가는 도시입니다.
갑작스런 기후 변화나 예고 없는 정전, 시끄러운 시위나 행사 등 외부 변수들이 적었습니다.
이런 예측 가능한 일상이야말로, 유목민에게 있어 심리적 안정을 주는 가장 강력한 요소였습니다.
오래 머물게 만든 건 결국 ‘도시의 태도’였습니다
제가 치앙마이에 오래 머문 이유를 정리해 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인터넷과 전기 등 작업 인프라가 안정적이었다
- 카페, 코워킹 등 업무 환경이 뛰어났다
- 생활비가 예측 가능하고 저렴했다
- 외국인에게 열린 태도와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다
- 하루의 리듬이 일정하고 스트레스가 적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울러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그 도시는 저를 받아들였고, 제가 머물러도 괜찮다고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어떤 도시는 멋지고 좋지만 ‘여긴 내가 낄 자리는 아니야’라고 느껴지고,
어떤 도시는 낯설지만 ‘여기서 며칠 더 있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치앙마이는 후자였습니다. ‘여기 있어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드는 도시.
그 말 한마디가, 유목민에게 있어 ‘정착’의 시작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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