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는 삶, 그것은 무모한 모험일까요?
누군가가 “요즘 어디 살아?”라고 물었을 때, 저는 잠시 멈칫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저에겐 더 이상 고정된 주소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에는 발리에 있었고, 지금은 조지아 트빌리시에 있으며,
다음 달에는 리스본의 작은 숙소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이런 식으로 살아온 지 벌써 3년째. 저는 스스로를 ‘디지털 유목민’이라 부릅니다.
많은 분들이 디지털 유목민이라고 하면 먼저 여행의 자유로움,
노트북 하나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유연함을 떠올리시곤 합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건,
고정된 주소가 없는 삶, 즉 ‘집이 없는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집이 없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어감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유목민에게 집이 없다는 건, 단순한 주거지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어디에나 머물 수 있고, 어디에서도 떠날 수 있다는 권한을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오며 직접 느낀
‘집 없는 삶’의 진짜 의미와 자유,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복잡한 감정들까지
솔직하게 나눠보려고 합니다.
고정된 장소가 없다는 것, 불안보다 해방감을 줍니다
디지털 유목민이 되기 전, 저에게 ‘집’은 안전한 공간이었습니다.
퇴근 후 돌아와 쉴 수 있는 곳, 추운 날 따뜻한 이불이 기다리는 곳,
내 물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정적인 공간.
하지만 그 집이 때로는 답답함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 관리비, 계약 연장에 대한 스트레스,
주변의 시선과 기대. 그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진짜 내가 살고 싶은 곳일까?”
이 의문이 들고 나서부터 저는 조금씩 '움직이는 삶'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 살기 시작하니,
‘집이 없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불안보다는
언제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해방감이 훨씬 컸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의 물가가 갑자기 올랐거나
주변 환경이 소음으로 가득 차서 불편해졌을 때
그 도시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면, 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건
무척 강력한 자유이자 선택의 힘이었습니다.
고정된 장소가 없다는 건, 결국
내가 머무는 곳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방식은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집이 없기 때문에,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집이 없는 삶’을 살면서,
저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져 외로움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낯선 도시에서 같은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더 본질적인 인간관계를 맺게 된 것입니다.
디지털 유목민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도움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한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고,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파트너를 만나기도 하며,
낯선 도시에서 한국어가 들렸을 때 따뜻하게 인사를 건넨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보다
‘함께 있는 시간’에 집중하는 관계가 늘어난 것도 큰 변화였습니다.
누군가와 같은 도시에서 2주만 지내더라도,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그 시간이 훨씬 밀도 있게 느껴졌습니다.
고정된 집이 없다 보니, 인간관계에서도
더 이상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관계 방식은 저에게 진짜 소중한 인연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물건이 줄수록 삶이 가벼워집니다
디지털 유목민의 짐은 많을 수 없습니다.
저는 늘 26인치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로 전 세계를 이동합니다.
그 안에 노트북, 충전기, 여권, 옷가지 몇 벌,
그리고 개인 위생용품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과거엔 ‘짐이 적은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항상 집 안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옷, 책, 장식품들이 가득했고,
그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물건이 적어질수록 삶은 오히려 더 명확하고, 더 간결해졌습니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대신,
경험을 쌓고 추억을 남기는 데 집중하게 되었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도 훨씬 유연해졌습니다.
‘집이 없다’는 건 물건을 둘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었고,
그로 인해 삶의 중심이 외형이 아닌 내면과 시간의 질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물건을 사기보다는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한 하루가 훨씬 더 큰 만족을 줍니다.
집이 없다는 건, 어디든 나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삶의 방식은
단순히 여행을 하며 일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건 ‘집’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더 이상 벽과 지붕으로 구분된 공간이 아닌,
내가 머무는 그 순간이 곧 나만의 집이 되는 삶입니다.
때로는 도심 속 작은 아파트,
때로는 해변 앞에 놓인 숙소,
때로는 산골짜기 작은 카페가 저의 집이 됩니다.
그곳에서 일하고, 쉬고, 사색하며 살아가는 동안
집이라는 개념은 훨씬 유연해졌고,
‘없다’는 것이 ‘자유’가 될 수 있음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삶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기반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에겐
낯설고 불편한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고정되지 않은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선택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내가 원하는 공간, 시간, 관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자유는
‘집이 없다’는 단점을 넘어서는
가장 강력한 장점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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