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말에 담긴 복잡한 감정들
누군가 “지금 어디 계세요?”라고 물어올 때마다 대답이 바뀌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시작해, 조지아 트빌리시, 포르투갈 리스본, 발리, 멕시코까지.
저는 지금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떠나 노트북 하나에 의지해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며 일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다들 멋지다고 말했습니다.
“와, 부럽다. 진짜 자유롭게 사시네요.”
그 말들이 나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삶은 단순히 멋지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왜 한국을 떠났어요?”
많은 분이 묻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 뒤에는 암묵적인 기대가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떠날 리가 없지. 분명 뭔가 불만이 있었을 거야.’
사실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왜 한국을 떠나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다른 유목민분들과 나누었던 공통된 이유를 바탕으로, ‘한국을 떠난 진짜 이유’를 차분히 정리해 드리려 합니다.
단순히 떠났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견디지 못했고,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쉼 없이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속도에 지쳤습니다
한국은 참 빠른 나라입니다.
모든 게 효율적이고 정확하고, 하루가 바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빠른 리듬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저 자신이 점점 투명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무표정이거나 지쳐 있었습니다.
저도 그 무리 중 하나였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걸까?’
단 하루도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일상.
쉬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쉬려고 하면 ‘나만 뒤처질까 봐’ 불안해지는 사회 분위기.
성장하지 않으면 곧 도태된다는 암묵적인 압박.
그 모든 속도가 저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삶’을 찾고 싶었고, 제 페이스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게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제가 선택한 삶은 일을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리듬을 내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경쟁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입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빠른 결혼, 안정된 삶.
누구보다 일찍 도착해야 하고, 중간에 멈추면 ‘낙오자’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경쟁의 무대는 끊임없이 비교를 통해 유지됩니다.
SNS를 켜면, 친구의 승진 소식, 지인의 새 차, 누군가의 해외여행 인증이 쉴 틈 없이 올라옵니다.
저는 점점 타인의 삶에 내 삶을 맞춰 평가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이런 데 있는데, 저 사람은 벌써…’
그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고,
그럴 때마다 제 삶은 작아지고, 존재감 없는 무언가로 느껴졌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의 삶은 비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여기서는 누구도 “지금 뭐 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에
‘연봉 얼마예요?’
‘요즘 무슨 프로젝트 하세요?’
같은 경쟁적 의도를 담고 묻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요즘은 어디에서 지내세요?”
“무슨 일 하면서 지내세요?”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방의 삶을 궁금해하고, 응원해 줍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는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경쟁이 삶의 유일한 동력이 아닌 세상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제가 이 삶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진짜 일과 삶의 균형을 원했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워라밸’이라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퇴근 후에도 업무 카톡이 오고, 주말엔 다음 주 회의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휴가를 내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고, 회사 분위기상 휴가를 내도 ‘진짜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일 자체보다도, ‘일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구조’가 더 저를 힘들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은 휴식을 원하지만, 마음은 불안해서 쉬지 못하는 아이러니.
그건 단순히 제 성격 탓이 아니라, 제가 살아가는 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이 된 후에도 저는 여전히 열심히 일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일할 시간과 쉴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오전엔 일하고, 오후엔 산책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고,
마감이 없는 날엔 카페에 앉아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게으르게 사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집중력과 창의력이 훨씬 더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일의 퀄리티도 좋아졌습니다.
저는 진짜 워라밸이란 시간의 양이 아니라, 마음의 균형에서 온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균형을 찾기 위해선, 환경 자체를 바꾸는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떠났지만, 도망친 건 아닙니다
한국을 떠났다는 말에 사람들은 종종 ‘도망갔다’는 인상을 갖습니다.
어쩌면 그 말이 틀린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정말로 한국이라는 시스템, 구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자유를 향한 이주’를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매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전 세계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익히며, 스스로 리듬에 따라 일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내가 왜 일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매일 조금씩 더 선명하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던 제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게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환경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었을 뿐입니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지금까지의 삶 중 가장 저다운 삶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을 그리워합니다.
좋은 친구들과 가족, 익숙한 거리, 편리한 시스템도 여전히 그립습니다.
하지만 그리움과 별개로, 저는 지금 이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저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
‘나도 떠나고 싶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그 고민은 절대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건 어쩌면, 지금보다 더 자신다운 삶을 향한 첫 번째 신호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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