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 그 뒤에 숨겨진 '결정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삶을 선택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정말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셨을 겁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일하고, 여유로운 오후를 산책과 현지 음식으로 채우는 모습은 SNS 속에서 매우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모습은 분명한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로운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를 ‘의식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누려왔던 일상의 편의들, 안정감, 인간관계, 심지어는 정체성의 일부까지도 포함됩니다.
디지털 유목민의 삶은 자유롭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선택’입니다. 누군가는 이 삶을 위해 퇴사를 했고, 누군가는 자리를 정리했고, 누군가는 인간관계의 거리 조절을 감수했습니다. 결국 이 길은 ‘무엇을 더 얻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유지할 수 있는 삶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그리고 많은 유목민이 공감하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을 현실적으로 공유해드리려 합니다. 이 내용이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진짜 도움이 되는 기준이 되길 바랍니다.
안정적인 주거와 '내 공간'이라는 개념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게 되면서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된 것은 '내 집'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매달 숙소를 옮기거나, 몇 주 단위로 이사를 반복하다 보면 고정된 공간에서 오는 안정감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침대의 위치가 달라지고, 주방의 도구가 바뀌며, 익숙한 풍경이 매번 새로워지니 공간에 정착한다는 감각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많은 분이 ‘숙소를 바꾸는 건 여행의 일부 아니냐?’고 가볍게 생각하시지만, 일상까지 지속해야 하는 디지털 유목민에겐 결코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침대의 매트리스가 불편하거나, 인터넷이 느리거나, 주변 소음이 크면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수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 취향대로 꾸며진 공간, 책을 정리한 책장, 옷이 정돈된 옷장, 따뜻한 조명과 내가 좋아하는 향초 같은 것들도 모두 포기해야 했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의 삶은 그 어떤 인테리어보다도 ‘이동 가능성’이 우선되는 환경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정된 공간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깨달은 것은, 내가 가진 삶의 안정감은 공간이 아니라 습관과 루틴 속에서 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내 공간은 없지만, 나만의 루틴이 유지될 수 있다면 어디서든 일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디지털 유목민의 첫 번째 적응이자 포기입니다.
가족, 친구와의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사람과의 거리였습니다.
가족과 친구, 익숙한 이웃들과 물리적으로 멀어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그 심리적 거리감이었습니다. 단지 몸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의 간격까지 생겨난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주말에 전화하거나, 생일에 함께 밥을 먹던 친구가 이젠 서로의 시간대를 계산해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됩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에서 멀어지게 되고, 모임이나 중요한 가족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들 곁에 없다’는 감정이 짙어집니다.
심지어는 돌아갔을 때조차 대화의 코드가 맞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육아나 직장, 결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하게 되지만, 저는 ‘이번 달엔 조지아에서 체류 중’이라는 말이 현실감 없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조금씩 멀어지고, 이방인이 되어가는 자신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유목민이 선택한 삶의 대가입니다. 물론 새로운 인연도 생기고,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오래 머물 수 없기에 깊은 관계를 맺기가 어렵고, 결국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꿔야만 하게 됩니다.
커리어 안정성과 ‘경력’이라는 프레임
회사를 그만두고 디지털 유목민의 길을 선택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있었습니다.
“경력이 단절되면 나중에 어떻게 할 거야?”
이 질문은 곧 사회가 정한 ‘커리어의 흐름’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던져지는 공통된 경고였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은 직장에 출근하지 않습니다. 상사도 없고, 명함도 없으며, 경력관리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프로젝트 단위의 수익 구조, 프리랜서 계약, 콘텐츠 기반 수익(애드센스 등), 강의나 집필 등 다양한 방식의 불안정한 수입 구조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초반에는 꽤 불안했습니다. 이력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고, 누군가 제게 “무엇을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물었을 때 대답하기가 어색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경력’이라는 프레임보다 결과와 영향력,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 삶은 정기적인 승진이나 연차, 복지 혜택처럼 명확한 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내가 어떤 삶을 만들고 싶은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커리어’를 포기해야 합니다. 대신 나는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지요. 이건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향의 커리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
마지막으로 디지털 유목민의 삶에서 가장 크게 포기해야 했던 것은 바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환상이었습니다.
정해진 루트, 매달 들어오는 급여, 계획된 휴가, 보험과 연금, 명절 상여금 같은 것들이 전혀 없는 삶을 선택하는 순간, 저는 자신의 미래를 매달 직접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불확실성은 때로는 두려움이 되기도 하고, 도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달은 수입이 예상보다 적었고, 비행기 일정이 취소되었으며, 건강 문제가 생겨 현지 병원을 전전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내가 괜히 이 길을 온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 배운 것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연함,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감각,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계획이 틀어졌을 때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창의성까지.
디지털 유목민은 결국 불확실성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그 삶을 위해 저는 예측 가능한 모든 것을 포기했고, 대신 매일 ‘새로 설계하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결론 – 포기가 아니라 재설계입니다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저는 정말 많은 것들을 포기해 왔습니다.
집이라는 물리적 안정감, 가족과의 물리적 거리, 안정된 커리어, 그리고 예측할 수 있는 삶까지.
하지만 그 모든 포기는 단순한 버림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삶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길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향해 걸어가는 유일한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내가 무엇을 잃고 있는가?’보다는,
‘지금 나는 어떤 것을 만들고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
이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포기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이 모든 결정이 더 넓고 깊은 삶을 위한 투자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선택하고, 조정하고, 재설계해 나갈 것입니다.
그것이 디지털 유목민으로서의 진짜 삶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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